MTN NEWS
 

최신뉴스

[MTN 현장+]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진 공사 현장…안전모에 적힌 이름은 '김OO'

박동준 기자

건설현장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사진=민주노총 건설노조 제공

"밥 먹었어?"

질문에 돌아오는 답이 없다. 질문 받은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지나쳤다.

최근 부실시공 기획 취재를 위해 서울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서 만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원은 방금 지나간 사람이 같은 현장서 일하는 몽골 출신 불법 체류자라고 했다.

그런데 그가 쓴 안전모에는 '김00'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앞서 일했던 한국인 노동자가 썼던 안전모를 쓴 것이다.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안전모에는 본인 이름과 혈액형, 소속 회사가 표기돼 있다. 각 건설사들이 혹시 모를 사고 대비를 위해 자발적으로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이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인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쓴 이들이 여럿 보였다. 최근 수년 사이 한국인 노동자를 대신해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건설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가늠도 안 되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과거 잡부로 불리는 저숙련 건설 노동자 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던 것을 최근에는 철근공, 형틀 목수 등 고숙련 건설 노동도 외국인들이 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현장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80%를 넘긴 지 오래다"고 말했다.

현재 정확한 건설 노동자 수치는 없다. 일용직 노동자도 많고 외국인 노동자, 그 중 불법 체류 노동자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집계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월평균 건설 근로자 수는 64만9323명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779만1876명이다. 공제회 집계는 퇴직공제 수납 근로자 기준으로 규모가 작은 공사장 노동자와 불법 체류 외국인은 빠졌다.

공제회는 지난해 외국인 건설 노동자를 33만명으로 추정했다. 합법과 불법으로 구분하면 합법 근로자는 15만명, 불법 노동자는 18만명이다. 정부 행정통계와 자체 설문조사 등을 합산 보정해 추산한 결과다. 이마저도 지난해 설문조사를 하지 않아 2022년 설문을 이용해 현실과 괴리가 더 크다.

■불법 체류 방조하는 제도

정부는 국내 인력 수급 어려움을 겪는 업종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할 수 있게 '고용허가제'를 운영 중이다. 비전문·미숙련 외국인이 E-9 비자를 받으면 제조업, 조선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허가된 업종서만 일을 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 규모는 매년 늘고 있지만 제한이 있다. 올해 E-9 비자로 국내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규모는 16만5000명이다. 지난해 12만명에 비해 4만5000명 늘었다. 건설업종에 배정된 인력은 6000명으로 현장 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E-9 비자를 신청 이후 발급 기간도 평균 4~6개월 정도로 오래 걸린다. 이런 상황 때문에 관광이나 다른 취업 비자를 받고 건설 현장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이 상당수다.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제주도로 무비자 입국을 한 다음 건설현장에 오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건설사들도 불법 체류자들이 일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부실시공 잠재 위험 우려

건설 외국인 노동자 증가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수록 감리를 포함한 공사 진행 중 소통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 현장 투입 전 이를 교육할 인원도 대부분 없다는 점도 우려다.

또한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업체가 주로 하도급 업체인 점도 부실시공 잠재적 위험 요소다. 불법 체류자 고용주는 1명당 고용 기간에 따라 범칙금을 내야 한다.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100만원 벌금 위험에도 값싼 외국인으로 인건비 절감이 이득이란 생각에 불법 외국인 노동자 채용이 늘고 있다.

정부는 현실에 맞게 외국인 노동자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업계 수요에 맞춰 관련 쿼터를 늘리고 관리 감독은 엄정해야 한다. 일부 문제 있는 외국인 불법 노동자 때문에 전체 외국인 노동자가 도매금으로 비판 받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이와 함께 청년 건설 노동자 양성 방안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박동준 MTN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